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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쉼표 2019. 1. 1. 10:33

2019년 새해가 밝았다.

2018년은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2월에는 10년을 만난 짝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국가가 인정하는 배우자가 됐다. 결혼식이 얼마나 힘든 것이 몸소 느꼈으며, 신랑 신부 행진을 외치던 L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도 반가웠는지 모른다. 서울의 집 값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느꼈고, 수도권 외곽에 얻은 전세집에 신혼살림을 채워가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대구에 있는 친구들 모임에 가지 못해 제명 위기에 놓였지만, 20년 우정은 그렇게 쉽게 갈라지지는 않았다. 친구들에게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는 고기 구워먹고 놀러다니던 재미를 한창 느끼는 신혼 초기인 5월에는 2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아이는 지금까지 짝의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혼 3개월 만에 생긴 우리 아기는 너무나 축복이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고, 사실 지금도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처음 초음파에서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던 그 감정이 아마 아이가 태어나면 더 커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유일무이했던 태교는 헌법 전문을 읽어준 것이다.

2018년 초에는 좋은 팀을 만난 덕분에 큰 상도 탈 수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을 계속하면서 다시 그런 상을 받을 수 있겠나 싶다. 정책뉴스부, 사회부만 전전하던 나는 9월에 부서를 옮겼으며, 지금은 기사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적성에 맞지 않구나를 매일매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의 제안으로 시작한 기획 연재 시리즈는 재미있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도 다녀왔다. 

다행히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은 모두 건강하시다. 2019년에도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2018년은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해가 됐다. 2019년의 목표는 2가지다. 연말 건강검진에서 과체중, 과체지방으로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체중감량을 할 생각이다. 또 하나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자라고, 함께 2019년 마지막날을 보내는 것.

회사생활에 있어서 목표는 올해는 딱히 없을 것 같다. 이 부서를 벗어나게 되면, 예전과 다름없이 그저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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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일

쉼표 2018. 12. 26. 21:18

어느날 문득, 신생아 물품과 육아정보를 검색하다 버려진 블로그를 발견했다. 1년동안 아무런 활동이 없어 휴면계정이 됐단다. 이전 글들에서는 치기어린 혹은 치열했던 고민이 어설프게 문자화돼 있다.

블로그가 버려진 사이, 나는 평생을 함께 할 짝을 만났고, 또 1명의 가족 구성원의 탄생을 앞둔 사람이 됐다.

이제 65일, 너가 우리에게 오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너의 탄생을 포함해 나는 인생의 많은 문턱을 넘으며 살겠지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어쩌면 다시 기록이라는 걸 할 것 같다. 

옮긴 부서의 일은 힘들지 않다. 어쩌면 기자의 일보다는 회사원의 일을 하고 있다. 이 부서를 거쳐간 한 동기가 "돈은 그만 벌고, 일을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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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수첩 따위가 한때 저들의 연장이었으나 이제 랩톱 컴퓨터가 대신한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무선 인터넷망은 편리했지만, 저들의 꿀맛 같은 휴식을 앗아 가곤 했다. 든든했던 온갖 핑곗거리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멍 때리기는 사치스러웠다.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종이책을 읽는 건 미래의 상이었다. 기자회견의 주요 발언을 받아 치는 틈틈이 다음 일정을 확인하고 선배의 독촉 메시지에 즉각 답해야 했다. 타닥탁탁 모닥불 타는 소리 따라 손가락이 바빴다. 절절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워진 노트북 펼쳐 놓고 열정을 사른다. 주저앉으면 거기가 일터다. 유목민의 삶을 닮았다고 해서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한 노동 행태 중 하나란다. 애초 삶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속보 마감 독촉에 시달리는 저들은 디지털, 노땡큐라고 부를 법하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이메일함에 담긴 보도자료엔 주장과 맥락과 근거가 충분히 담겼지만, 그 말투와 표정과 함성과 눈물 따위는 거기 없어 기자들은 컴퓨터 품고 현장엘 간다. 사연 많은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오늘 또 현수막이며 팻말 따위 ‘연장’을 챙겨 들고 땡볕 아래 선다. 세종대로와 국회대로 곳곳에 천막 치고 산다. 오랜 방식이다. 최신의 디지털 엘이디 조명을 갖고도 사람들은 종종 촛불을 켠다. 장밋빛 디지털 세상의 가시 돋친 풍경이다.

-매일노동뉴스 사진설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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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문장

쉼표 2017. 3. 26. 23:49
나는 신이 두렵지 않아요. 사람이 무서워요.
세상에 사람보다 더 무서운게 있을까요.
숲속을 혼자 다녀도 무섭지 않아요. 땅은 물은 무섭지 않아요.

-체르노빌의 목소리,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레나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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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

쉼표 2017. 2. 13. 01:13
그는 새로 시작하기엔 늙었고, 죽기엔 아직 젊었다. 절망과 죽음 사이를 메우려는 듯 쉼없이 마셨다.
"언니는 그래도 남편이 있잖아. 나는 이제 기댈 곳이 노조 밖에 없어."
-송곳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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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적중

쉼표 2016. 8. 24. 17:07

너의 미래는 이럴 것이다. 신분 보호를 위해 익명처리했다.


*성원 사건법조경찰사회전문기자 *sw1469@seoul.co.kr

*인기 체육전문기자 *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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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멋진 말

쉼표 2016. 8. 6. 20:44
재활을 하면서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운동을 계속해야 되나 계속 생각했었다.

그런데 코트 위에서 뛰어다니지 않는 저는 제가 아닌 느낌. 그걸 지울 수 없었다.

-여자국가대표 핸드볼팀 김온아 선수

정말 멋지다. 핸드볼이라는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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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들려온 좋은 소식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니 떨리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직 모든 관문을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고했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더운 그곳으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8년동안 만나온 너는 여전했고,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고 앞으로도 좋을 것 같다. 사람 마음에 확신이라는 게 있을 수 없지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면서 넘어야 할 문턱 중에 이제 겨우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그 문턱에 좌절하지 않은 니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를 두고 하는 수많은 말들이 있지만, 그들은 나보다 너를 모른다. 


그간의 고생을 위로하려 본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는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코찔찔이 때 만나서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닌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서 말했다.


"나중에 늙으면 너는 키키 키린 같은 할머니가 되라. 연금도 타먹을 수 있으니.ㅎㅎ나는 아베 히로시같이 니 옆에서 한푼 두푼 뜯어먹고 살테다니"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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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쉼표 2016. 5. 8. 21:51

재능이 없는데 계속해서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남의 재능을 끌어다 쓰는 기분. 

5개월 만에 능력치의 바닥을 마주함.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진 않다.

늘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래도 혹시나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오래한다고 해서 없던 능력이 솟아날 만큼이나 썩 나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글이든 취재든..

단지 너스레를 잘 떤다는 이유로 이 짓을 계속하고 있지만, 언제가는 그만둬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밥벌이의 괴로움만큼이나 무능력한 내 자신에 대한 공허함이 어깨를 짓누른다. 

잘 쓰고 싶다. 정말. 글이란 거 

이왕하는 밥벌이도 잘하고 싶다. 하지만 생각만큼 몸과 손가락은 움직이질 못한다. 기능인과 언론인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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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

쉼표 2016. 1. 13. 22:58
만으로 4년 조금 넘게 기자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 많은 장난질들이 있었고, 정부 지분이 많은 우리회사는(언론사로 할짓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라 표현함) 주주들 입장을 고려하시는 윗분들 덕분에 바람이 불기도 전에 스스로 누웠다. 특히 새로운 경영진인지 회사를 발판삼아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인지가 온 작년부터는 정도가 심해졌다. 덕분에 진지하게 퇴사도 고민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그래도 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있어 작은 희망이라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조금 남아있어서다.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권력을 감시하는 사람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고, 항상 의심을 품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내게 그렇게 가르쳐준건 선배들이었다. 오늘 벌어진 기자회견극은 내가 정치부에 가기 싫은 이유이고, 기자가 여전히 권력인 이유이고, 기자짓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이다. 바람보다 빨리 누워버린 그들은 회견극에 동참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연극에 출연해서 얼굴을 알려서 기뻤을까.

밥벌이나 사회적 대우 차원을 떠나 기자로써의 삶이 희망이 없기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지만, 우리 회사는 정도가 심하다. 사장은 얼마전 시무식에서 대놓고 "주주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신문을 만들자"고 했다. 기획재정부 KBS 포스코 등이 회사 주주다. 그래서 논리가 들어 맞지 않는 노동개혁은 정부의 설명만 기사로 나간다. 뒤집어보고 비틀어 보라던 선배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위안부도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이념과 사상을 떠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내가 수습이던 시절 어느 선배인가가 술에 취해 떠들어댔다. 단지 주주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침묵한다. 써야한다고 뒤집어 봐야 한다고 발버둥치다가도 수 많은 기사가 눈 앞에서 쪼그라들고 죽어가는 걸 본다. 그리고 침묵하고 자기검열을 하게된다. 밥벌이가 피곤해서다. 나도 마찬가지다.

오늘 회견극은 지금 우리회사 같았다. 나는 언론인으로써의 사명 이런거 없다. 단지 쪽팔리기 싫을 뿐이다. 어쩌면 크지 않은 사명감 덕에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http://m.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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