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마도 국정원장이 댓글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그런데 무슨 일이 또 빵 터지는 거 아냐"라는 농담을 한 내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수학여행 학생들이 탄 여객선이 제주로 향하던 중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학생들은 다행히 전원 구조됐습니다. 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려왔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면서 팀원들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다 구조되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과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석간신문엔 "전원구조"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1면에 실려있었다. 오보였다. 회사의 호출로 하던일을 중단하고 급하게 귀사했다.
함께 간 팀원 2명은 진도로 곧장 내려갔다. 내근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회사 안에서 관련 기사를 서포트하고 사진설명을 쓰고, 그래픽을 만들었다.
두달간의 파견은 회사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끝났다. 진도와 안산으로 간 동료들과 선후배들은 괴로워했다. 매일매일이 전쟁같다고 했다. 괴롭다고 했다. 울었다고 했다. 취재를 포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미수습자 9명.을 마지막으로 파견근무가 끝났고, 서초동으로 돌아왔다. 이후로도 다른 부서를 돌다가 2015년 12월에 경찰팀으로 왔다.
2016년 4월 16일에는 준비했던 세월호 관련 기사가 나가지 못했다. 2017년 1월 9일 촛불집회에 나가서 세월호의 의미를 물었다. 세월호는 기억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작은 기사로 나갔다. 그리고 2017년 3월 23일 세월호가 떠올랐다. 난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어떤 기사를 써야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구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는, 오늘도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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