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쓴 이야기

신림역 가출청소년

모모의시간 2016. 1. 21. 15:40

1월 1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나는 신림역 일대에서 학대나 가정폭력을 이유로 가출한 청소년을 찾고 있었다. 맨체스터에서 충남 아산 출신 유학생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운 좋게도 카페 흡연실에 들어온 아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기사에는 모든 부분이 나가지는 못했지만.. 투박하지만 간만에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아까워서 여기다 올려본다.

어쩌다보니..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메인에 걸리면서 가장 많이 읽은 뉴스가 됐다.. 이런 심리적 보상감에 만족해선.. 이 짓을 그만둘 수가 없는데.. 큰일이다. 나약해서.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81&aid=0002669308&date=20160121&type=1&rankingSeq=8&rankingSection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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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감온도가 영하 22도를 기록한 지난 19일. 살을 에는 추위에도 거리의 아이들은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일대를 방황하고 있었다. 체육복 바지에 삼선 슬리퍼, 담배에 눌린 자국이 선명한 패딩은 이번 겨울 가장 심하다는 추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얇아 보였다.

 “아저씨, 쇠파이프로 존나 맞아봤어요?”

 오후 4시쯤 신림역 인근의 카페 흡연실에서 만난 최성원(15·가명)군은 가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꾸했다. 최군을 비롯해 5명의 아이들은 카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2층에 마련된 흡연실로 직행했다. 음료는 주문하지 않았다. 최군은 “밥 먹을 돈도 없는데 무슨 커피에요. 여긴 그냥 시간 때우러 오는 곳”이라면서 “담배도 마음 놓고 피고, 춥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흡연실 한구석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한참을 담배만 피워대던 아이들은 “우리도 이렇게 추운 날씨에 바깥에 있기 싫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5명 가운데 가출한 아이는 모두 3명. 아이들은 부모의 폭력이나 방임에 지쳐 거리로 나왔다. 한 달 전 집을 나온 김희권(15·가명)군은 “아빠는 이혼한 뒤부터 나를 보면 ‘저건 인간이 안된다’며 수시로 때렸다”고 전했다. 박일원(15·가명)군은 맞벌이하는 부모의 무관심에 지쳐 거리로 나섰다. 박군은 “공부를 못해서인지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내가 집을 나간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집을 나온지 가장 오래된 최군은 가출 이후 6개월동안의 생활이 만족스럽다. 최군은 “아빠라는 사람은 주먹으로 때리다가 일주일에 한 번은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했다. 맞는 게 너무 싫었다. 날씨는 춥지만 밖에 나와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더 좋다”고 전했다. 최군 일행은 2시간 정도 카페 흡연실에만 있다가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10시가 되면 PC방과 노래방은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은 밤 늦은 시간부터는 주로 24시간 운영되는 카페에 자리잡는다. 오후 11시쯤 “시발, 존나 춥네”를 연발하며 흡연실로 들어온 손정환(17·가명)군은 비슷한 처지의 형들과 함께 원룸을 얻어 살고 있다. 가출한 지 1년 이상이 지났다는 아이들은 배달대행업체, 식당, 카페 등에서 주로 일한다고 했다. 손군은 “몇일 만에 그만두거나 짤리는 경우가 많아요. 돈이 다 떨어지면 여자애들은 조건을 뛰고, 남자애들은 삥을 뜯거나 업소 같은 곳에서 일하죠”하고 말했다. 가출한 이유에 대해 묻자 “엄마 아빠한테 맞는 게 싫어서 나왔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가운데 61.3%가 가족과의 갈등이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뛰쳐나왔다. 최은영 금천청소년쉼터 팀장은 “절반 이상은 가정폭력을 피해 나온 아이들”이라면서 “가정폭력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은 절대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내 자식을 내가 때리는 데 무슨 상관이냐’는 부모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이나 교육은 어렵다. 아이들이 집을 나오는 이유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학대와 폭력에 떠밀려 거리로 나온 아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에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또다시 맞으면서 살기가 싫어서다. 맞지 않는다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아이들 대부분은 “그럴리가 없다(때리지 않을리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