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쓴 이야기

190만 촛불이 타올랐다.

모모의시간 2016. 11. 27. 17:46

기자 생활 만으로 5년차, 하지만 기사는 쓰면 쓸수록 모르겠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스타일은 있는 건 알겠지만. 그 이상은 머가 좋은 기사인지 어떤 식이 맞는건지, 전형적이지 않은 형태는 맞지 않는것인지. 상보는 꼭 시간순으로, 또 전형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휴우..


나름 최선을 다해 쓴 기사라, 이대로 세상 속으로 사라지긴 아깝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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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만 국민이 거리로 뛰어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명령했다. 궂은 날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150만 개의 촛불(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27만)이 청와대를 에워싸고 “박 대통령은 물러나라”라고 외쳤다. 서울을 제외한 대한민국 곳곳에서도 40만 촛불(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6만)이 타올랐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와 반복되는 집회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촛불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시민들은 눈과 비를 뚫고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채 또다시 광장에 모였다. 역대 최대 규모인 150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집결해 촛불을 켰고,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시민들은 촛불로 추운 날씨를 이겨냈고, 폭력시위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편견을 무력화시켰다.

 이날 영하 0.7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을 높이 들고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서울에 올해 첫눈이 내린 이날 낮 최고기온도 영상 3도에 불과했다. 이번 집회에 앞서 쌀쌀해진 날씨와 눈·비 소식에 가족단위 참가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 기준 80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다섯차례 진행된 촛불집회 가운데 가장 이른 시간에 많은 인원이 모인 셈이다. 오후 8시 기준으로 150만명을 넘어서면서 지난 12일 100만명이 참가하면서 세운 ‘역대 최대 규모 집회’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 등 방한복을 입었고, 목도리와 장갑, 마스크를 착용했다. 여성들은 어그 부츠를, 남성들은 등산화를 신은 경우가 많았다. 장갑을 낀 손에는 양초 촛불이나 LED 촛불이 빠짐없이 들려있었다. 비옷과 방석, 핫팩 등을 파는 상인들도 늘었다. 집회 현장 인근 편의점은 핫팩과 뜨거운 캔 커피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조미희(44·여)씨는 “오후 2시쯤 도착해서 내리는 눈을 다 맞고 있었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춥다”고 전했다. 김모(51)씨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춥다고 촛불이 줄어드는 것을 바랄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을 추위에 떨도록 내몰고 따뜻한 곳에 앉아 있는 것은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시민들은 청운동 주민센터,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세움 아트스페이스로 행진해 청와대 턱 밑에서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외쳤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쪽의 청운동 주민센터에서부터 청와대까지의 직선 거리는 200m에 불과하다. 본 집회 이후인 오후 8시부터 진행된 2차 행진 때도 통의로터리와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시민과 경찰이 대치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물리력을 행사하는 대신 집회 참가자들과 광장에 나가지 못한 국민들은 오후 8시부터 촛불과 집의 전등을 끄는 ‘1분 소등’ 행사로 고요하고도 엄중하게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반복되는 집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분노가 자칫 폭력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간 셈이다.

 아들(14)과 함께 통의로터리 가장 앞쪽에서 퇴진 구호를 외치던 박정현(47)씨는 “바로 앞에 경찰 차벽이 보이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온 국민이 대통령 하야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이 폭력이나 경찰을 뚫고 청와대로 진격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성(45)씨는 “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은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집회로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며 “더 이상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후 6시 경찰이 경복궁 앞 율곡로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시민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차벽을 설치하면서 100여명의 시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 가운데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로 가려다 검거된 시민단체 회원 외에 집회 도중 연행된 시민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퇴진이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폭력사태, 반복되는 집회에 대한 피로감, 집회 인원 감소 등 모든 편견과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진단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정치적 성향과 지역을 떠나 모든 국민들이 하나의 목표를 외치면서 광장에 모였다”며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비폭력 평화집회로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100만명이 모이면서 이미 국민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제대로 된 조치가 없으니 이번 집회 인원이 더 늘어난 것이고, 평화집회의 끝을 보여줬다”며 “집회 이후 청와대가 불통으로 일관한다면 어떤 식으로 분노가 표출될 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