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시간 2016. 9. 29. 03:17
대리.
회사의 김대리가 아닌 대리운전기사를 언젠가부터 그냥 대리라고 부르고 있다. 누군가의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들. 대가로 손에 쥐는 만원 혹은 그것보다 조금 많은 금액.
전부터 취재하고 싶었던 주제였기에 어쩌면 갑작스런 지시에도 흔쾌히 가겠노라 한거같다. 물론 뼛속 깊은 노예근성때문에 안 간다고는 못했겠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타격이 있지않냐는 질문은 부끄러웠다. 거지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이랬다.

그들만의 리그야..그법은.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 힘쎈사람들 힘 못쓰게 하자는 법에 왜 피해는 우리가 입어야 하냐는거지. 반대로 생각해봐. 기자양반. 오늘 당장 콜이 줄었어. 그만큼 비정상적인 접대술자리가 많았다는거잖아. 우리도 그 기이한 구조에서 빌붙어 돈을 벌었던 것이고. 근데말이야. 우린 잘못한게 없어. 그냥 남 대신해서 운전만 한거잖아. 근데 왜 우리목구녕을 걱정해야되냐는거지. 경기가 안좋아도 세월호가 가라앉아도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정작 목구녕이 포도청이 될 사람들은 다 잘 살잖아. 그러니깐 애시당초 이런일을 하게 된 내 탓인거지. 그 김영란인가 하는 법 당장은 돈벌이 줄어들어도 잘됐으면 좋겠어. 그래도 좋은 법이잖아.

목구녕이 포도청인 기사분은 한때 법조계에 종사했다고 했다. 인권변호사 비슷한 양반을 모시다 장사가 안돼 팔년 전에 사무실을 접었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았다. 낮에는 어느 회장님 차를 밤에는 이름모를 사람의 차를 몬다. 본인 소유의 차는 없다. 갚아야할 빚이 많아서다.

새벽 세시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귀가하는 대리기사분들을 보면서 세상엔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도 나름 열심히 산다.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이다. 나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걸까. 이분들은 어떤 세상을 사는걸까.